인도를 가고 싶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예비 건축가입장으로서는 아예 다른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었고, 중학교를 막 졸업한 학생의 입장으로서는 반복되는 인생에 환멸을 느끼고 강한 자극을 받고 싶었다. 이 여행을 계획하면서 바라나시라는 도시를 알게 되었고, 조사를 하다보니 갠지스 강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내 깊은곳에서 부터 자라나기 시작했다. 결국 바라나시를 걸어보고 갠지스강물에 손한번 담궈보는것이 가장 이 여행에서 내가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 되었다.
바라나시의 시내는 델리보다도 더 복잡하다. 가장 종교적인 동시에 발달도 더디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20세기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준다. 어김없이 길가에는 소와 오토바이들이 같이 다니는 진풍경을 보여준다.
인도는 매순간 충격적이다. 델리 공항을 나왔을때 인도 특유의 향과 경적소리, 무질서한 도로부터, 인도의 위대한 고건축물, 열악한 환경속에서 웃으며 살아가는 이들과 공존하는 여러 동물들... 바라나시는 이 모든것의 총집합체인 동시에, 갠지스강의 신성함이 온 도시의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 신성한 분위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를 알기위해 더욱 깊숙히 이들의 삶에 어울려보았다.
바라나시의 도심으로 부터 사이클릭샤 (자전거 택시)를 타고 5-10분정도를 이동하면 갠지스강이 나온다. 갠지스 강은 그야말로 인도인들의 삶의 터전이다. 목욕하는 사내 옆에서 여인은 빨래를 하고, 그 옆에서 누군가는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좀 더 떨어진곳에서는 죽은이를 화장을 하고 물에 흘려보내고 그 옆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다.
바라나시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도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서양권 도시는 개인의 삶과 도시가 어느정도 구분을 짓고있다. 하지만 바라나시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이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하늘을 지붕삼아 사람들은 거의 모든것을 공유하고 같이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래서 그런지 도시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무질서 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곳을 여행하면서 맨 마지막에 와서야, 그들에게 질서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첫 인상은 혼돈 무질서 그 자체로 보여졌지만, 그것이 내 편협한 시선이라는것을 알아차리는데에는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이들의 질서는 우리와는 정반대의 의미였다. 우리는 강력한 규범과 질서가 자유를 만들어낸다면, 이들은 자유로움에서 부터 질서가 확립된다. 그래서 이들의 질서는 절대적이지 않다. 상황과 시대에 따라서 유동적인 질서가 그들의 삶을 이끈다.
인도의 디자인은 이미 세상을 몇년을 앞서가고 있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물질적으로 우리는 절대 부족하지 않다. 그저 사람들은 이 물질적 풍요에 익숙해져 잉여자원에 눈길이 가지 않을 뿐이다.
해가 어스름 땅으로 넘어 갈때즘, 배를 타고나가 찍은 바라나시의 모습이다. 도시가 강을 따라서 끝없이 이어진다. 이렇게 보니, 정말 몇세기 과거로 온 느낌이 든다.
바라나시에 밤은 매우 특별하다. 매일밤 갠지스강의 강가신에게 제사를 올린다.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강으로 찾아와 기도를 올린다. 바라나시 주민, 갠지스강에 화장을 하러 찾아온이들, 순례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울려퍼지는 수많은 종소리와, 향초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침묵속 울려버지는 제사장의 기도문이 도시를 거대하고 신성한 하나의 공간으로 재 탄생시킨다.
갠지스강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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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아침은 어김없이 강에서 부터 시작한다.
바라나시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내가 상상하고 있던 신성함과는 괴리감이 컸다는 것이다. 갠지스강은 생명의 순환의 막장을 보여준다. 화장터는 따로 존재하는것이 아니고 그냥 강가 계단에 위치해 있다. 시설이 따로 있는것도 아니어서 장작에 시신을 태운다. 돈이 없는 이들은 충분한 양의 장작을 사지 못한다. 그래서 간혹 다 태워지지못한 시신이 가끔 강에 떠오르기도 한다. 또한 그들의 종교에 따라서, 승려, 11세 미만의 아이는 사람취급을 받지 못한다. 사람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화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땅에 묻기지도 못하는데 이들은 갠지스강에서 장례를 치뤄야 비로소 강가신에게 간다고 믿기때문이다. 그때문인지 간혹 아이나 승려의 시신이 떠내려가는게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여담으로 죽을때가 되면 바라나시에 장기간 머무는이들도 많다고 한다. 이 도시에서 죽음은 항상 곁에 있는것이다. 죽음과 삶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세상이기에, 그리고 이것을 위해 열심히 기도를 올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바라나시가 신성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도시에서 본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저 멀리 강가에서 아기의 시신을 먹고있는 개를 본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서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기도를 올리고 빨래를 하고 물놀이를한다. 이 모든것을 목격하고 스치듯 강물에 담궈본 내 손끝의 충격은 내 인생의 방향을 크게 흔들기에 충분했다.
바라나시의 모든것들은 밤에 죽어서 아침에 다시 태어난다.
byungchan-a.tistory.com/35?category=887579 [ 바라나시의 화장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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