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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journals

(忘却)

존재에 대한 망각 그리고 망각의 실존

2020/10/31

 

 

건축에서 필요라는것은 기능과 영감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것을 의미하며, 이 프로세스의 순환이 멈추는 순간, 건축은 수명은 다하게 된다. 현대에 이르러 버려진 공간이 디자이너를 통해 다시한번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서소문역사박물관은 여러의미로 아픈역사를 가지고 있는 공간이다. 조선시대에 천주교가 들어오는것을 반대한 세력들로 인해 백성들의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고, 처형을 하였던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장소였다. 그렇게 잊혀질것 같았던 공간이 시민정부와 예술가 그리고 건축가의 손길을 거쳐, 서소문 공원 지하공간에 그때와는 다른 존재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번 죽어버린 건축은 다시 잊혀질지 모른다는 공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건축물에게 빈공간이라는 선물을 쥐어준다. 빈 공간의 특수성은 인간으로 하여금 상상력을 불러들이고, 이내 그 공간에서 인간의 의지를 바탕으로 한 기능이 실현된다. 시간이 지나면 애초에 빈공간으로 설계되었던 공간은 기능을 비워내고 영감으로 또다른 사람들을 현혹한다. 

 

서소문역사박물관의 빈공간은 혼령이 깃들어 있는듯하다. 꽤나 큰 넓이의 사각형 공간에 한편에는 과거의 혼령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 조각상들과 광장의 입구는 정 반대편에 위치해 있으며 그 사이를 갈라놓는 유일하게 차가운 톤의 자갈돌길과 떨어지는 그림자는 마치 사후세계와 현실세계를 갈라놓는듯한 느낌을 준다. 

 

무참히 살해되었던 피해자들의 자유신념은 언제나 저곳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저 생사의 경계를 넘어 죽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지는 관람객의 마음이다. 이런식으로 빈공간은 산자와 죽은이를 위로하고 있는듯하다. 

 

또한, 배려심 깊은 건축가는 건축에서 버려지는 공간에 욕심을 부린다. 건축에서는 어쩔수 없이 공간을 차지하는 요소들이 있다. 예를들어 지하에 위치한 이런 대형공간에는 큰 환풍구가 필수적이다. 건축에서 가장중요한 부분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공간을 내어주고, 건축가의 미적인 욕심은 이런 잉여공간에 구현한다. 

 

지하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그렇다할 건축의 파사드가 없기에 마지막으로 걸어나갈 이 공간은 많은 이들에게 이 건축의 심리적 파사드로 기억될것이다.

 

 

문화비축기지의 원래 명칭은 석유비축기지였다. 말 그대로 석유를 비축하였던 공간이었는데, 이곳또한 다시금 문화를 비축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문화비축기지는 총 일곱가지 시설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각기 같은 형태의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1번 파빌리온이다. 순번상 가장 처음 맞게되는 문화비축기지의 첫인상을 아주 강하게 이 파빌리온이 각인을 시켜줬다.

콘크리트에 낡아버린 석유비축 원통안에 따듯한인상의 식물원같은 공간이 있을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빈공간이 주는 느낌은 좀처럼 느껴보기 힘든 감정이다. 

이런곳에 머물고 있자하면, 가끔은 마음을 비워둬야 할때도 있다는 생각이든다. 임계점에서 강박과 관념, 때로는 신념을 버리면 이따금 뛰어버리는 경우도 있기에, 그런 반전을 기대하는 나이기에 그런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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